Without Subject
SON JUNG MIM
Lovers Oil on canvas · 909x727
Without Subject
손정민 작가
"저를 화나게 하는 거요? 음...길 가다 침 뱉는 사람이요. 카악 하고 가래까지 뱉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신고하고 싶어요. 언제는 아저씨한테 말했다니까요. 완전 무시당했지만(웃음)."
전시일정: 2022년 9월 23일 ~ 9월 30일
* 클립의 모든 전시는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합니다.
예약 문의는 인스타그램 @editor_kab 다이렉트 메시지로 문의 바랍니다.
작가의 말
“뉴욕에서 7년을 있었어요. 한국에서 패션업계에 있다 이제 그림을 공부해야지, 하고 떠난 거에요. 어학 공부를 먼저 했는데 운 좋게 액세서리 쪽으로 취업이 됐어요. 필립 림 디자이너 작업이 제일 이쁠 때였죠. 새벽 5시까지 일하고 집에 와 옷만 갈아입고 다시 나갈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어요. 근데 모든 것이 너무 상업적이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제가 사람들과 관계에 얼마나 취약한 사람인지도 실감했고요. 싱글이니까 세금은 또 얼마나 많이 떼요(웃음). 회사 다니면서도 집 앞 조그만 공원에 가서 계속 그림을 그렸어요. 집에서 쭉 걸어 나가면 구겐하임이 있어서 전시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파인 아트를 전공한 동네 친구도 동행해 주고… 뉴욕은 그림을 보고 그리기에 정말 좋은 도시였어요. 모마 같은 곳에 가면 눈이 즐거울 정도로 멋진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굳이 멋을 내지 않았는데 멋있는 사람들. 사람들을 그리지 않을 때는 동네 공원에서 만난 식물을 그렸어요. 그렇게 계속 식물과 사람을 그렸어요. 회사 생활이 재미없다 싶은 순간순간 그림을 그리는 거죠.”
“클립 전시를 준비하며 아끼고 애정하는 친구들이랑 터키 카쉬에 다녀왔어요. 그리스 로도스 섬이 맞은편에 보이는 곳인데 인심이 좋고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없더라고요. 순박하고 따뜻한 곳이었어요. 길에 고양이랑 강아지도 많았는데 사람을 안 무서워하더라고요. 저는 그 모습도 너무 좋았어요. 사람한테 해코지를 당한 기억이 없다는 거잖아요. 바다색, 하늘색도 깨끗하고 나무처럼 크게 자라는 부겐베리아도 아름다웠어요. 그 기억을 떠올리며 100호 짜리 큰 풍경화도 처음 그려봤어요. 연인 그림도 처음 시도하는 구도이고. 돌아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이뤄졌어요.”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이 있었는데 무서웠어요. 어느 날 친구들과 매점에 갔는데 “너 이번에 대회 나가야지?” 하시는 거예요. 속으로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셨나?’ 싶었어요. 학창 시절에도 그림을 좋아하는 애였고 항상 그리는 애였어요.”
손정민 작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결이 느껴진다. 무례한 것을 싫어하고 식물과 동물을 좋아하고 말을 다 하지 않고 생략할 줄도 아는 사람이라 그림에는 차분한 기품 같은 것이 담긴다. 그녀의 인물 사진은 10대 청춘마저 우아한 구석이 있는데 내가 특히 좋아하는 지점은 순한 눈빛과 가만 다문 입술이다. 입을 열면 뭔가 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듣기 좋은 음성으로 조용히 흘러 나올 것 같다. 불꽃처럼 이글거리지도 않고, 날카롭게 무장하지도 않는다. 반대쪽에서 마냥 들 떠 보이지도 않는다. 인생은 본래 복잡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의 표정이랄까. 우울과 행복, 권태와 설렘, 기쁨과 슬픔, 생기와 정적이 묘하게 뒤섞인 분위기라 조용히, 오래 바라보게 된다. 식물 역시 마찬가지여서 화병에 꽂힌 꽃조차 활달하고 화려한 외연 너머 내적인 ‘자기 중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누군가의 깊이와 안쪽 세계를 넌지시 보여주는 것, 그럼으로써 그 세계를 궁금하게 만들고, 내게도 그런 세계가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것. 나는 그것이 손정민 작가 그림의 힘이자 매력 같다.
모든 작가에게는 그가 딛고 서 있는 저마다의 지점이 있다. 손정민 작가도 그러한데 그 지점의 핵심 중 하나는 패션 같은 그림이 아닐까 싶다. 부러 패션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사람도, 식물도, 풍경도 패션처럼 화사하다. 옷과 귀고리, 눈과 입술, 나무와 하늘이 하나의 덩어리로 패션이 되고 그런 감각은 아무나 갖기 힘든 것이라서 오롯이 그녀와 그녀 그림의 특색이 된다. 그리고 그 감각은 보는 이에게 경쾌하고 기분 좋은 기운으로 와 닿는다. 헤어스타일도 마음에 들고, 신발까지 안성맞춤이며, 착장도 훌륭하게 된 날에 느끼는 기분처럼 살짝 들 뜬 설렘과 즐거움이 있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네가 그리는 인물은 항상 이쁜 옷을 입고 있다. 컬러가 너무 이쁘다’ 하는 말을 많이 해요. 그게 저의 패션 백그라운드와 진짜 연관이 있는 건지, 제가 실제로 예쁜 컬러를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패션과 액세서리를 공부한 경험과 시간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일을 할 때 한국 <엘르>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편집장님도 ‘분명 이 사람, 패션 쪽으로 백그라운드가 있을 거야’ 하고 생각하셨대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몇 달 앞서 개인전을 연 까닭에 해방감도 느낄 겸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싶었다.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터키로 날아가 오랜만에 달콤한 시간도 맛보며 틈틈이 그린 그림들. 손정민 작가는 “자연스럽게 그려진 그림들이라 애착이 간다”고 했다. 정하지 않아서 더 깊고 풍성해진 그림. 그래서 전시 타이틀로 <Without subject>.
작가의 말
“뉴욕에서 7년을 있었어요. 한국에서 패션업계에 있다 이제 그림을 공부해야지, 하고 떠난 거에요. 어학 공부를 먼저 했는데 운 좋게 액세서리 쪽으로 취업이 됐어요. 필립 림 디자이너 작업이 제일 이쁠 때였죠. 새벽 5시까지 일하고 집에 와 옷만 갈아입고 다시 나갈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어요. 근데 모든 것이 너무 상업적이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제가 사람들과 관계에 얼마나 취약한 사람인지도 실감했고요. 싱글이니까 세금은 또 얼마나 많이 떼요(웃음). 회사 다니면서도 집 앞 조그만 공원에 가서 계속 그림을 그렸어요. 집에서 쭉 걸어 나가면 구겐하임이 있어서 전시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파인 아트를 전공한 동네 친구도 동행해 주고… 뉴욕은 그림을 보고 그리기에 정말 좋은 도시였어요. 모마 같은 곳에 가면 눈이 즐거울 정도로 멋진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굳이 멋을 내지 않았는데 멋있는 사람들. 사람들을 그리지 않을 때는 동네 공원에서 만난 식물을 그렸어요. 그렇게 계속 식물과 사람을 그렸어요. 회사 생활이 재미없다 싶은 순간순간 그림을 그리는 거죠.”
“클립 전시를 준비하며 아끼고 애정하는 친구들이랑 터키 카쉬에 다녀왔어요. 그리스 로도스 섬이 맞은편에 보이는 곳인데 인심이 좋고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없더라고요. 순박하고 따뜻한 곳이었어요. 길에 고양이랑 강아지도 많았는데 사람을 안 무서워하더라고요. 저는 그 모습도 너무 좋았어요. 사람한테 해코지를 당한 기억이 없다는 거잖아요. 바다색, 하늘색도 깨끗하고 나무처럼 크게 자라는 부겐베리아도 아름다웠어요. 그 기억을 떠올리며 100호 짜리 큰 풍경화도 처음 그려봤어요. 연인 그림도 처음 시도하는 구도이고. 돌아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이뤄졌어요.”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이 있었는데 무서웠어요. 어느 날 친구들과 매점에 갔는데 “너 이번에 대회 나가야지?” 하시는 거예요. 속으로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셨나?’ 싶었어요. 학창 시절에도 그림을 좋아하는 애였고 항상 그리는 애였어요.”
손정민 작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결이 느껴진다. 무례한 것을 싫어하고 식물과 동물을 좋아하고 말을 다 하지 않고 생략할 줄도 아는 사람이라 그림에는 차분한 기품 같은 것이 담긴다. 그녀의 인물 사진은 10대 청춘마저 우아한 구석이 있는데 내가 특히 좋아하는 지점은 순한 눈빛과 가만 다문 입술이다. 입을 열면 뭔가 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듣기 좋은 음성으로 조용히 흘러 나올 것 같다. 불꽃처럼 이글거리지도 않고, 날카롭게 무장하지도 않는다. 반대쪽에서 마냥 들 떠 보이지도 않는다. 인생은 본래 복잡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의 표정이랄까. 우울과 행복, 권태와 설렘, 기쁨과 슬픔, 생기와 정적이 묘하게 뒤섞인 분위기라 조용히, 오래 바라보게 된다. 식물 역시 마찬가지여서 화병에 꽂힌 꽃조차 활달하고 화려한 외연 너머 내적인 ‘자기 중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누군가의 깊이와 안쪽 세계를 넌지시 보여주는 것, 그럼으로써 그 세계를 궁금하게 만들고, 내게도 그런 세계가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것. 나는 그것이 손정민 작가 그림의 힘이자 매력 같다.
모든 작가에게는 그가 딛고 서 있는 저마다의 지점이 있다. 손정민 작가도 그러한데 그 지점의 핵심 중 하나는 패션 같은 그림이 아닐까 싶다. 부러 패션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사람도, 식물도, 풍경도 패션처럼 화사하다. 옷과 귀고리, 눈과 입술, 나무와 하늘이 하나의 덩어리로 패션이 되고 그런 감각은 아무나 갖기 힘든 것이라서 오롯이 그녀와 그녀 그림의 특색이 된다. 그리고 그 감각은 보는 이에게 경쾌하고 기분 좋은 기운으로 와 닿는다. 헤어스타일도 마음에 들고, 신발까지 안성맞춤이며, 착장도 훌륭하게 된 날에 느끼는 기분처럼 살짝 들 뜬 설렘과 즐거움이 있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네가 그리는 인물은 항상 이쁜 옷을 입고 있다. 컬러가 너무 이쁘다’ 하는 말을 많이 해요. 그게 저의 패션 백그라운드와 진짜 연관이 있는 건지, 제가 실제로 예쁜 컬러를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패션과 액세서리를 공부한 경험과 시간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일을 할 때 한국 <엘르>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편집장님도 ‘분명 이 사람, 패션 쪽으로 백그라운드가 있을 거야’ 하고 생각하셨대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몇 달 앞서 개인전을 연 까닭에 해방감도 느낄 겸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싶었다.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터키로 날아가 오랜만에 달콤한 시간도 맛보며 틈틈이 그린 그림들. 손정민 작가는 “자연스럽게 그려진 그림들이라 애착이 간다”고 했다. 정하지 않아서 더 깊고 풍성해진 그림. 그래서 전시 타이틀로 <Without subject>.
작품 소개
Palepink flowers(Oil on canvas), 530x334
Kaş(Oil on canvas), 1622x1303
Bill Murray with flowers(Oil on canvas), 909x727
Red tulips(Oil on paper), 330x240
Teenage girl(Collage on paper), 570x450
Big red flowers(Oil on canvas), 530x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