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부귀청화富貴靑華〉

gardenblue

풀어 헤쳐 완성한
김선형의 파란 우주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미술학원에 갔더니 전공을 뭘로 할 거냐고 물어요. 나는 동양 사람이니까 당연히 동양화를 하겠다고 했죠. 그림은 어떻게 형태를 그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양사람인 나는 서양화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서양 사람사람들의 것이다, 하고요. 그렇게 대학에 갔는데 수업 내용이 고루했어요. 수묵화를 그리는 것도. 동양화과에 들어왔지만 동양화 같지 않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먹 가는 걸 집어 치운 거예요. 갈아 쓸 필요가 있나, 짜서 먹처럼 쓰면 되지. 어린 나이라 먹 가는 걸 진부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렇게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동양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80년대, 아크릴 물감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쓰기 했으니까 거의 첫 번째 시도일 거예요. 하지만 동양의 것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아크릴 물감은 서양의 것이지만 그것으로 표현하는 세계는 동양의 정신과 정서이고 기름은 서양의 것이지만 제가 섞어 쓰는 물은 동양의 철학과 더 가깝지요. 단박에 무늬를 만들어내지 않고 번지고 흩어지고 젖고 마르면서 함께하는 재료와의 관계를 만들어 내잖아요. 대학 시절에 내가 접하고 배운 것들 중에는 가짜가 많았어요. 가짜 동양화였던 거지. 동양의 전통과 세계관, 자연관과 헤리티지를 알면 그것 같이 현학적이고 철학적이고 무서운 게 없어요.”


전시일정 : 2024.04.19 - 04.26

장소 : 서울 종로구 평창7길 13-1


* 전시 첫날, 둘째날은 프리 오픈이고, 나머지 일정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월요일은 휴관.
* 사전 예약은 정성갑 대표 인스타그램 @editor_kab 을 통해 해 주세요.
* 운영시간은 11시~5시

김선형 작가의 작품은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의 시그너처 컬러인 울트라 마린으로 채운 강렬하고 신비로운 자연. 멈춰서 마른 물감이지만 캔버스에 담긴 세계는 어두운 것은 어두운 대로, 밝은 것은 밝은 대로 깊은 숨을 쉬고 있는 것만 같다. 한가지 색으로만 창조해 내는 세계지만 그 기운과 분위기, 그리고 생기는 낮과 밤, 사계절을 흐르며 지나는 마디마디의 자연처럼 다채롭다. 밤하늘의 적막과 고요를 지닌 그림부터 꽃과 새들이 허공을 날며 함께 노니는 듯 밝고 행복한 작품까지. 1000점을 바닥에 펼쳐 놔도 그 1000점의 농담과 형식, 기운과 빛깔이 다 다른 것이 그의 가든블루다. 그리고 그건 형태를 붙잡는 대신 철학을 붙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놀라운 것은 그 결과물에 힘과 우아함이 함께 있다는 것.


"내가 생각하는 동양화 속 세계관의 핵심은 자연은 부단히 살아 움직인다는 거예요. 자연의 풍광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아는 것, 왜 사계는 끝없이 변하는가를 아는 것이 동양화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자연은 부단히 움직이는 존재고 그렇게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수십억 년을 살아올 수 있는 거예요. 사군자를 '친다'고 하는데 '친다'는 의미는 '가둬서 키운다'는 거예요. 보고 그리지 않잖아요. 가둬서 칠 정도의 경지가 담겨 있어야 비로서 난도, 대나무도 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려면 자연을 이성으로만 봐도 안 돼요. 이성이 분모라면 분자는 감성이 돼서 그 두 지점이 자유롭게 섞여 들고 조화를 이룰 때 마침내 그림에 기운생동의 에너지가 담겨요. 물이라고 하면 우리는 완전체의 물만 생각하지만 물방울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최초의 발원에서 바다까지 흘러가는데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까를 상상하고 느끼는 것이 내가 정의하고 지향하는 자연성이예요. 모든 씨앗은 위대해요. 물론 생명을 품기 전에 고사하는 씨앗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명을 틔워 내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어질어서 그래요. 어느 하나만 편식하지 않고 바람, 흙, 햇볕, 미생물, 공기의 변화와 조화를 다 받아들여서 그래요. 공자가 어질 인자를 매사에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그 자유로움과 어진 마음을 잃으면 불인, 옴짝달짝 못하는 마비 상태가 되는 거예요. 나는 풀밭에만 갖다 놔도 종일 재미있게 놀 수 있어요. 가만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좋아요. 그런 자연,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자유롭고, 고유하고, 낮과 밤, 작년의 봄과 올해의 봄이 다르고 그래서 더 신비롭고 무한한..."


나는 긋고 그들은 칠한다

그런 관점과 철학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은 마음에 고이듯 담겨있다 붓을 드는 순간 ‘오토매티컬리’ 뻗어 나온다. 밑작업도 없고 당연히 구도도 미리 잡지 않는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스케치를 하는 동안 기와 살이 다 빠지고 자유로움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동양화가 아닌 동양화를 해 보겠다 마음 먹고 어떻게든 나만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대학시절에는 아크를 물감을 쭉 짜서 맨 합판에 긁듯이 그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실험을 많이 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35세 미만 작가를 골라 2년 에 한번씩 청년작가전을 했는데(지금은 <젊은 모색>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때 운 좋게 선발이 됐어요. 당시 관장이던 이경성 선생님이 내 그림을 보고 그랬어요. ‘이건 서양 사람이 그린 동양화다’. 내 나름으로는 동양화를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끝내 못 버린 동양화의 기법이랄까, 습관 같은 게 있어요. 동양화에 들어가는 그림 화畫자는 그을 획자도 돼요. 동양화는 ‘긋는’ 그림인 거예요. 한지나 화선지 위에 올라간 붓의 쿠셔닝, 붓을 드는 높이와 힘, 밀착의 정도를 조절하며 위로, 아래로, 옆으로 그어 나가는 거예요. 붓이 왔다 갔다 한 흔적이 그림이 되는 거지요. 서양화는 달라요. 긋지 않고 칠합니다. 하지만 서양 화가중에서도 모던한 기운을 갖고 기운생동 하는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은 또 긋는 그림을 했어요. 이글거리는 태양, 하늘에 뜬 별무리를 다 그어서 표현한 고흐가 대표적이지요. 세잔도 마찬가지고요. 때론 나이프로 그어 생동감을 표현하기도 하고요. 동양화의 핵심은 ‘생동’이지 ‘멈춤’이 아니예요.”


그 기운생동하는 그림은 현실적 풍경에서 훌쩍 벗어난 신비롭고 강렬한 세계. “은밀하고 특별한 발상력으로 유명한 보르헤스가 한 말이 있어요. 우리가 호랑이라고 부르는 건 다 호랑이가 아니다. 멀리서 보면 ‘점’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이라는 것이 관념이자 껍데기일 수 있는 거예요. 모든 말은 사회의 약속이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자 합의인 거죠. 그때부터 해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동양화에 들어가는 요소들, 약속들, 풍경들, 빛깔들을 다 풀어헤칠 수 있게 된 거죠.” 그의 그림에는 구상과 추상, 현실과 비현실, 눈으로 보는 풍경과 마음으로 보는 풍경이 다 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작가 소개 

김선형 

- 1963년, 서울 

- 1989 청년작가전 : 국립현대미술관
- 1990 젊은모색전 : 국립현대미술관
- 2015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 : 국립중앙박물관
- 2016 정원전 :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등 국내외 약 300회 전시 참가
- 홍익대학교 / 동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경인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 작품 소장 :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등


작품 소개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154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154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154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154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154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154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40x122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40x122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40x87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34x67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34x67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122x40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56x34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50x44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50x44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61x40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45x37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45.5x37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51x30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60.5x60.5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60.5x60.5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60.5x60.5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60.5x60.5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60.5x60.5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60.5x60.5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30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30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30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30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30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30cm

gardenblue 천에 혼합재료, 30x30cm

종이에 금분, 혼합재료, 30x30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100x100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140x70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141.5x73.5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142x74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141x75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141x75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140x70cm

gardenblue 종이에 혼합재료, 140x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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