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뒹굴뒹굴

서안나

안녕버드 Acrylic on Canvas · 33.4 X 24.2 cm

여운 코너를 노리는 작가

서안나 개인전 <다함께 뒹굴뒹굴>

큰 그림을 보면 ‘저걸 어떻게 집에 걸지? 보통 사람들이 저렇게 큰 그림을 어떻게 사지? 그림에 압도되지는 않을까?’ 싶어 작은 그림을 위주로 그린다고. 남편인 조엘(스웨덴 출신의 사진가로 결혼 7년째다)에게는 본인을 이렇게 정의했다고. ‘귀여운 구석을 노리는 작가’ ^^


이번 전시에서는 20호와 30호 작품의 비교적 큰 작품도 두 점이 포함됐다. 작은 그림도, 큰 그림도 잘 그리는 이런 작가들은 곧 발견이 되니 머잖아 ‘큰 구석도 함께 노리는 작가’가 될 듯. 


전시일정: 2023년 7월 20일 ~ 7월 27일



* 클립의 모든 전시는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합니다.

  예약 문의는 인스타그램 @editor_kab 다이렉트 메시지로 문의 바랍니다.

서안나 작가의 그림을 처음 만난 건 2년 전쯤이다. 아내가 꼭 사고 싶다는 작품이 있다고 하더니 몇 주 후에 집에 데리고 왔다. 초록 숲속에 순한 얼굴의 강아지 한 마리.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 그림은 왠지 양평에 있는 오두막에 걸어야 할 것 같았고 다음 주 그곳으로 가져가 자리를 잡아 주었다. 오두막을 오가며 그 그림을 자주, 오랫동안 보았다. 아 좋다, 하는 격한 일렁임보다는 평화롭고 잔잔한 만족이었다. 그 강아지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다른 그림처럼 작가님과 동고동락하는 <먼지>라는 아이인데 그 아이를 직접 본다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 같다.


어떤 그림은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울 뿐 거기서 멈춘다. 교감의 표면적이 얕아 더 깊숙이 들어갈 구멍이 없는 거다. 서안나 작가의 그림은 묘하게 질리지 않았다. 계속 봐도 좋았다. 그런 감흥은 작품에 얼마나 많은 공과 시간을 들였느냐와도 직결된다. 인터뷰하며 물어보니 아크릴 물감을 엷게 여러 번 올려 질감과 표정을 만든다고. 그렇게 시간을 들인 그림은 깨끗하면서도 밀도가 있다. 구체적 풍경 대신 추상으로 흐트러진 작품도 요청했는데 생생한 붓칠과 균형 잡힌 구성력의 결과물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잘 그리는 분이구나…꽃과 버섯이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붓칠은 시원하고 고양이는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작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밤의 침입자가 되어 꽃병에 담긴 꽃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뚱뚱하고 난폭한 고양이 그림도. 탐욕스러운 두 눈에는 번쩍 파란 레이저 불빛이 들어와 있다.


서안나 작가는 대학에서 음향 제작을 전공했다. 음향 스튜디오과 녹음실에서 음반을 녹음하고 공연장에서 사운드를 조율했다. 그림은 오래된 꿈인데 완성한 작품을 내놓고 판매하고 가격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아직 쉽지 않다. 큰 그림을 보면 ‘저걸 어떻게 집에 걸지? 보통 사람들이 저렇게 큰 그림을 어떻게 사지? 그림에 압도되지는 않을까?’ 싶어 작은 그림을 위주로 그린다고. 남편인 조엘(스웨덴 출신의 사진가로 결혼 7년째다)에게는 본인을 이렇게 정의했다고. ‘귀여운 구석을 노리는 작가’ ^^ 이번 전시에서는 20호와 30호 작품의 비교적 큰 작품도 두 점이 포함됐다. 작은 그림도, 큰 그림도 잘 그리는 이런 작가들은 곧 발견이 되니 머잖아 ‘큰 구석도 함께 노리는 작가’가 될 듯. 


강아지와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이 두 생명체가 그녀 마음의 많은 곳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처럼 거두고 있는 강아지 ‘감자’와 아파트 단지에서 거둔 고양이 ‘우리’는 말 할 것도 없고 ‘우리’가 밖에 있을 때 낳은 고양이들, 또 그 고양이들이 낳은 고양이들 밥까지 챙기는 날이 많았다. 밥을 한 바가지씩 수북이 담아 챙기고, 눈에 안 보이면 마음이 쓰여 여행도 길게 못 갔다. 처음에는 추상화를 주로 그렸다. 스페인에 있는 갤러리 반고흐아트갤러리와 연결이 돼 브뤼셀 아트페어에 참가할 때도 추상화를 출품했다. 그러다 내 주변에 ‘진짜로’ 존재하는 것들을 그리기로 했고 그렇게 강아지와 고양이 그림이 쌓이기 시작했다. 추상화를 그릴 수 있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숲에 사는 고양이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살짝 고민스러운 표정을(하지만 너무 귀여운) 하고 있는 강아지를 포함해 고양이와 강아지가 있는 풍경과 상황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 많다. 이런 상상력에 기대 언젠가 꼭 동화책을 내고 싶다. 그림도 계속 그리고 싶은데 불꽃처럼은 아니고, “평생 그릴 거예요”, 하고 확신에 차 말하지도 않은 채, 그저 잔잔하게, 오래오래 그리고 싶다. 


 진화인류학자인 브라이언 헤어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꼭 살아남기 위해 그림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서안나 작가의 그림을 보는 순간 마음이 잠시나마 무해한 다정함으로 차오른다. 그녀의 그림을 보는 다른 이들의 눈과 마음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그 다정함의 연대로 서안나 작가는 더 오래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사진 이명수(아프로이 스튜디오) 

*개인전 

2023 다함께 뒹굴뒹굴, 갤러리 클립 

2022 밤 산책 , 텅 비어있는 삶 

2022 푸른 밤 , YK Presents 


*그룹전

 2019 Bruxelles Art Fair 

2019 Van Gogh Art Gallery - Collective Art show 

 2022 빈칸 아트페스티벌 

 2022 갤러리 P1 포용하는시선 

작품 소개 

기분 좋아!(Acrylic on Canvas), 22.7 x 15.8 cm

그날 밤(Acrylic on Canvas), 27.3 x 22.0 cm


안녕하세요?(Acrylic on Canvas), 45.5 x 53.0 cm


길어지는 수다(Acrylic on Canvas), 45.5 x 53.0 cm


모두가 잠 든 사이(Acrylic on Canvas), 72.7 x 60.6 cm


No life without toy(Acrylic on Canvas), 27.3 x 22.0 cm


깊은 잠(Acrylic on Canvas), 33.4 X 24.2 cm


순박한 친구들(Acrylic on Canvas), 33.4 X 24.2 cm


우리와 감자(Acrylic on Canvas), 33.4 X 24.2 cm


째려보는 친구(Acrylic on Canvas), 33.4 X 24.2 cm


공 던져줄래?(Acrylic on Canvas), 33.4 X 24.2 cm


싸우기 10초 전(Acrylic on Canvas), 33.4 X 24.2 cm


조금만 더!(Acrylic on Canvas), 33.4 X 24.2 cm


제가 낯을 가려서요(Acrylic on Canvas), 53.0 x 45.5 cm


화장실 앞 보초근무(Acrylic on Canvas), 45.5 x 53.0 cm


오직 공(Acrylic on Canvas), 45.5 x 53.0 cm


첫 눈(Acrylic on Canvas), 45.5 x 53.0 cm


빼꼼3(Acrylic on Canvas), 45.5 x 53.0 cm


모든 것을 지켜본 고양이2(Acrylic on Canvas), 45.5 x 53.0 cm


포근해(Acrylic on Canvas), 72.7 x 60.6 cm


봄이 왔다고 해서(Acrylic on Canvas), 72.7 x 60.6 cm


기다림(Acrylic on Canvas), 90.9 x 72.7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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